해외 SaaS 구독료 부가세, 사업자번호 한 줄로 갈립니다
Figma·Slack·클라우드 같은 해외 SaaS에 결제창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넣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부가세 10%의 행방이 달라집니다. 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와 제52조, 시행령 제71조를 근거로 세금계산서가 왜 안 나오는지, 대리납부는 언제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SaaS를 만들다 보면 해외 서비스에 매달 돈이 나갑니다. 디자인 도구, 협업 도구, 클라우드, 분석 도구. 그런데 연말에 장부를 정리하다 보면 이상한 걸 발견합니다. 분명 부가세 10%를 냈는데 세금계산서가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갈림길은 결제할 때 사업자등록번호를 넣었는가 하나입니다. 넣었으면 애초에 부가세가 붙지 않고, 안 넣었으면 10%를 내고도 그 10%를 공제받을 근거 서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서비스마다 다른 정책이 아니라 부가가치세법이 그렇게 설계돼 있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 글은 그 구조를 법 조문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해외 서비스는 왜 어떤 때는 부가세를 붙이고 어떤 때는 안 붙일까요?
출발점은 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입니다. 국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자적 용역을 국내에 제공하면, 사업 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간편사업자등록을 하고 우리 국세청에 부가세를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적 용역은 네 가지입니다.
| 조문 | 전자적 용역의 범위 |
|---|---|
| 1호 | 게임·음성·동영상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 등 |
| 2호 | 광고를 게재하는 용역 |
| 3호 |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
| 4호 | 재화 또는 용역을 중개하는 용역 |
우리가 쓰는 해외 SaaS는 대부분 1호나 3호에 들어갑니다. 광고 집행은 2호, 앱 마켓·중개 플랫폼 수수료는 4호입니다.
핵심은 같은 조문의 괄호 안에 있습니다. 조문은 전자적 용역을 국내에 제공하는 경우라고 하면서, 이렇게 예외를 답니다.
"사업자등록을 한 자(등록사업자)의 과세사업 또는 면세사업에 대하여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즉 상대가 한국 사업자이고 그 사업에 쓰는 용역이면, 국외사업자는 간편사업자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해외 SaaS의 결제 설정에 사업자등록번호(VAT ID, Business Number) 입력란이 있는 겁니다. 그 칸을 채우면 사업자 간 거래로 처리되어 부가세를 붙이지 않고, 비워두면 일반 소비자로 보고 10%를 얹습니다.
다만 이 처리는 서비스가 한국 세법에 맞춰 구현해 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업자번호 입력란 자체가 없는 서비스도 있으므로, 실제 청구서에 부가세가 어떻게 잡히는지는 결제 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업자번호를 안 넣고 낸 10%는 어떻게 되나요?
여기가 진짜 함정입니다. 그 10%는 국세청에 들어갑니다. 국외사업자가 간편사업자로서 신고·납부하니까요. 문제는 우리 쪽에 증빙이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1조는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를 열거하는데, 제1항 8호가 이렇습니다.
"법 제53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가 국내에 공급하는 전자적 용역"
간편사업자로 등록한 해외 사업자는 애초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습니다. 발급을 안 해주는 게 아니라 법이 면제해 준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요청해도 한국식 전자세금계산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받을 수 있는 건 영문 인보이스나 카드 명세뿐인데, 매입세액공제는 원칙적으로 세금계산서 같은 적격증빙을 전제로 하므로 공제 근거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사업자번호를 넣은 경우 | 넣지 않은 경우 | |
|---|---|---|
| 청구되는 부가세 | 붙지 않음 | 10% 부과 |
| 세금계산서 | 애초에 대상 아님 | 발급의무 면제 → 못 받음 |
| 매입세액공제 | 낼 부가세가 없어 논점 없음 | 근거 서류가 없어 어려움 |
| 실질 부담 | 표시가격 그대로 | 표시가격 + 10% |
같은 도구를 같은 값에 쓰는데 결제창에서 한 칸을 비웠다는 이유로 10%를 더 내는 셈입니다. 월 30만 원을 해외 도구에 쓴다면 1년에 36만 원 차이입니다.
한 가지 구분할 게 있습니다. 부가세 매입세액공제와 소득세·법인세상 비용 처리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업과 관련해 실제로 지출한 돈이라면 카드 전표·인보이스를 근거로 비용으로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논의입니다. 공제가 막히는 건 부가세 쪽입니다.
그럼 대리납부는 언제 하는 건가요?
해외 서비스 결제를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말이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입니다. 우리가 국외사업자를 대신해 부가세를 떼어 납부하는 제도인데, 부가가치세법 제52조에 있습니다.
이 조문에도 결정적인 괄호가 있습니다. 국외사업자로부터 용역을 공급받는 자는 대가를 지급할 때 부가세를 징수해야 하는데,
"공급받은 그 용역등을 과세사업에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
합니다. 과세사업에 쓰면 어차피 매입세액으로 공제될 돈이라 걷었다 돌려주는 절차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과세사업자가 해외 SaaS를 업무에 쓰는 경우라면 대리납부를 따로 챙길 일이 많지 않습니다. 대리납부가 실제로 문제가 되는 쪽은 면세사업자이거나, 매입세액이 공제되지 않는 용도로 쓰는 경우입니다. 병원·학원·금융처럼 면세사업을 하는 곳이 해외 도구를 쓰면 대리납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에 함께 쓰면 안분계산이 따라옵니다.
본인이 어느 쪽인지는 업종과 실제 사용 용도에 따라 갈리므로, 애매하면 세무 담당자에게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실패하는 지점
법보다 실제로 돈이 새는 건 이런 순간들입니다.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옮기기. 제품을 만들 땐 대개 개인 명의로 도구를 먼저 씁니다. 문제는 이미 지나간 결제 건은 나중에 사업자번호를 등록해도 소급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업자등록을 냈다면 그 시점에 쓰던 해외 구독을 한 번 훑어 사업자번호를 채워 넣는 게 그래서 필요합니다.
팀원이 각자 결제하기. 디자이너는 본인 카드로 디자인 도구를, 개발자는 본인 카드로 클라우드를 결제하면 전부 개인 결제로 잡힙니다. 나중에 정산하더라도 청구서는 이미 개인 앞으로 발행된 뒤입니다. 도구가 늘어날수록 이 누수가 커지므로, 고위드 지출관리나 그랜터 같은 법인카드·지출관리 도구로 결제 주체를 한곳에 모으는 팀이 많습니다.
무료 체험에서 유료로 자동 전환되기. 체험 시작할 땐 결제 정보를 대충 넣고 넘어가는데, 그 설정 그대로 유료 결제가 걸립니다. 첫 청구서가 나오기 전에 청구 설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자번호 형식이 안 맞는 경우. 하이픈 유무나 국가 코드 요구 방식이 서비스마다 다릅니다. 넣었다고 끝이 아니라 다음 청구서에서 부가세가 실제로 빠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제 전에 확인할 것
- 결제 설정에 사업자등록번호(VAT ID) 입력란이 있는지 확인
- 넣은 뒤 다음 청구서에서 부가세가 실제로 빠졌는지 대조
- 이미 쓰고 있는 해외 구독 목록을 한 번 훑어 소급 안 되는 건을 정리
- 개인 카드로 결제 중인 팀 도구를 법인·사업자 명의로 이전
- 면세사업이거나 공제 안 되는 용도라면 대리납부 대상인지 확인
- 부가세 공제와 비용 처리를 구분해서 장부에 기록
자주 묻는 질문
해외 SaaS도 세금계산서를 요청하면 받을 수 있나요?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국외사업자가 공급하는 전자적 용역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8호에 따라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면제됩니다. 즉 요청해도 한국식 전자세금계산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신 사업자등록번호를 등록해 부가세가 붙지 않게 하는 쪽이 실질적인 해법입니다.
이미 부가세를 내고 결제한 지난 건은 되돌릴 수 있나요? 지나간 결제 건에 사업자번호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서비스에 따라 청구서 재발행을 지원하는 곳도 있으나 보장되지 않으므로, 사업자등록을 낸 시점에 쓰고 있는 구독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앞으로의 결제부터 부가세가 빠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가세 공제를 못 받으면 그 돈은 비용으로도 못 쓰나요? 부가세 매입세액공제와 소득세·법인세상 비용 처리는 별개입니다. 사업과 관련된 실제 지출이라면 카드 전표나 인보이스를 근거로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다른 논의입니다. 다만 처리 방식은 사업 형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세무 담당자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내 SaaS를 쓰면 이런 문제가 없나요? 국내 사업자가 공급하는 서비스는 전자세금계산서가 정상적으로 발행되므로 증빙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도구를 국적으로 고르는 건 현실적이지 않고, 대체 가능한 영역에서만 비교해 보는 정도가 합리적입니다. 세금계산서 발행·관리 자체가 부담이라면 볼타 같은 전자세금계산서 도구나 전부 같은 클라우드 회계 서비스를 함께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리
해외 SaaS 비용에서 새는 10%는 세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결제창에서 한 칸을 채웠느냐의 문제입니다. 법이 사업자 간 거래를 애초에 과세 대상에서 빼두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개인처럼 결제하면 10%를 내고 그 10%를 증명할 서류는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됩니다.
돈이 나가는 쪽 말고 들어오는 쪽을 준비하고 있다면, 결제를 받기까지 걸리는 행정 절차는 한국에서 SaaS 결제 붙이는 데 진짜 얼마나 걸릴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세무·회계·정산 쪽 국내 서비스는 핀테크 카테고리에서 지금도 운영 중인 것만 모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법 조문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구조를 정리한 것이며,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업종·사업 형태·용도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이 글에서 언급한 S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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